점자·수어·자막 등 맞춤형 기능‥‘누구나 배우는 환경’ 제공

기자명백민 기자 입력 2025.12.09 09:00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한국저작권위원회(위원장 강석원, 이하 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저작권 교육 플랫폼 ‘장애인 e-배움터’가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복지 현장 종사자의 저작권 정보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며 ‘정보 접근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9일 위원회에 따르면 저작권은 일상에서 음악·영상 등을 이용할 때뿐 아니라 장애인 복지관에서 교육자료를 만들고 활용할 때도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다.

현행 저작권법은 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해 점자, 음성, 자막, 수어 등으로 자료를 변환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관련 정보가 부족해 기본적인 저작권 문제 앞에서도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복지기관 담당자 또한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저작권 허용 범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많지만, 유사 사례나 참고할 만한 정보가 부족해 실무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장애예술인 A씨는 “저작권에 대한 걱정 때문에 무료 연극에서 어울리는 배경음악 쓰기를 포기한 적이 있는데 입장료 등이 없는 공연에서 상업용 음반으로 배경음악을 재생하는 건 괜찮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 브이로거 B씨는 “주된 대상 촬영 중에 의도치 않게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이 부수적으로 살짝 들어간 건 괜찮다는 걸 모르고 재촬영하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특수학교 교사 C씨는 “그동안은 글자 변환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그림이나 영상도 해설을 붙여 변환할 수 있고 장애인을 돕는 보호자라면 누구든 저작권 걱정 없이 자료를 변환해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러한 현장의 정보 격차와 실무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장애인 e-배움터’를 개설했다.

‘장애인 e-배움터’는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해 물리적·심리적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시각장애인 지원을 위한 점자 파일, 화면해설, 고대비 화면, 확대 기능 제공,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확한 자막 및 수어 영상 지원, 접근성 강화를 위한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비회원 학습하기’ 도입(전 과정 무료)까지. 현재 시각·청각 장애 지원 버전 각각 21종, 총 42개 강좌가 운영 중이며 2026년에는 생성형 AI, 공연권 등 최신 이슈를 다루는 신규 콘텐츠 3종이 추가될 예정이다.

장애인 e-배움터는 개설 이후 16개 기관으로부터 총 28,241명 규모의 공동 활용 신청을 받았다. 이는 장애예술인뿐 아니라 복지기관·예술기관 종사자들도 저작권 교육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창작 활동을 하는 장애인분들과 기관 담당자들이 자발적으로 강좌를 듣고 있다”며 “막연했던 저작권 개념이 명확해지고 실제 콘텐츠 제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복지관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과정에 저작권 강좌를 연계해 활용 중이기도 하다.

위원회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장애 예술인 및 현장 실무자 대상 저작권 교육 확대, 장애 관련 저작권 현안 공동 대응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장애인이 저작권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아닌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로 이해하고, 올바른 이용자로서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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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 기자 bmi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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